영화중에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란 영화가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이 영화들은 이오지마 전투를 각기 다른시점에서 바라본다. '아버지의 깃발'은 이오지마를 점령하는 미군의 관점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섬을 방어하는 일본군의 관점을 다룬다.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어느 한 사건을 이해하려면 사건 당사자들의 시점에서 사건을 관찰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위의 두 영화를 보면 미국식 영웅주의를 무조건 옹호하지도, 제국주의 전쟁에 끌려간 평범한 일본인들의 슬픔도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월드 인 컨플릭트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게임버젼과도 같다.
1989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소련의 패배로 끝났어야 했지만, 월드 인 컨플릭트는 소련이 자신들의 몰락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선전포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게임은 미국이나 소련 어느 한 진영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미국과 소련 두 국가의 입장을 중립적인 관점에서 고려하고 이야기를 전개한 대체역사물' 이라기라기 보단, '국가와 이데올로기만 다를뿐... 전쟁터에 끌려온 병사들의 애환을 그린 이야기'가 맞는듯 싶다.
월드 인 컨플릭트 소련미션 영상
실제로 게임 스토리는 미국미션 진행후 소련미션을 진행하고 다시 미국미션을 진행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미군 미션을 할땐 (한때 내 휘하였던) 소련군을 공격하고, 소련 미션을 진행할땐 (내가 맡았던)미군을 공격한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스토리가 서로 독립된것이 아니라 서로 조금씩 연관되어있고, 각 진영의 등장인물도 서로 연관이 되어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한때는 "빨갱이들을 몰아내버리자"라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듣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을 미국압제에서 해방시키자"라는 대사를 듣는다. 플레이어는 이 이질적인 두 진영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키면서, '전지적인 시점'으로 전쟁에 참가하는 두 진영의 등장인물들을 전부 보게된다.
한 예를 들면, 게임내내 비중있게 등장하는 소련의 엘리트 장교 '말리셴코'는 유럽을 미국의 압제로부터 구한다는 소련의 선전을 믿고 최전선에 지원한 순수한 인물이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로 '말리셴코'는 점점 타락해가다, 한번은 자기 고향에 미군이 쳐들어와 비무장한 자기가족을 다 죽였다는 소식을 듣게되는데, 그 이후로 그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완전한 나락으로 떨어진다.(비극적인건 말리셴코의 가족을 죽인게 다름아닌 미군으로 플레이할때 주인공의 직속부하..)
양측 병사들의 애잔하고 엇갈리는 운명은, 플레이어에게 화두를 던진다. "정말로 악당은 상대편 적군들이 아니라 정치를 전쟁으로 이끈 권력자들이 아닐까?"(사실 뭐 이정도는 좀 오바스러운 해석이긴 하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게임 후반에 보면 정부관료들의 막장성이 여실히 들어난다, 미국정부는 본토에 상륙한 소련군을 제시간에 제압하지 못하면 그 지역을 핵공격을 해서 없애버리겠다고 엄포를 주는가 하면, 소련정부는 미국에 남겨진 병사들에게 조국을 위해 산화하라며 플레이어에게 집단 자살과 같은 명령을 내린다.
뭐 결국엔 소련을 플레이할땐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라는 상부명령을 무시하고 항구로 도망가서 몰래 미국을 빠져나고, 미군을 플레이 할때, 미군은 소련군의 주력병력이 빠져나간 틈을타 항구를 손쉽게 탈환해 핵공격은 이뤄지지 않는다.
뭐 이것 외에도 길지않은 플레이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개인적으로 플레이 시간이 더 길어서 등장인물간의 관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넣어줬으면 했다.
결론적으로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보고 조금이라도 공감했거나, 일반적인 '권선징악' 스토리가 지겨운 사람이라면 한번쯤 즐겨볼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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