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4일 목요일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읽는 방식





토에이 동화 회사 면접날, 면접관이 어느 젊은 지원자에게 우리회사에 왜 입사하려고 하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미 제국주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맞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그'는 후에 '미래소년 코난'부터 '붉은 돼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바람불다' 등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다.














처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접한건 '미래소년 코난'이였던것 같다.

물론 그 때가 내가 유치원생이였는지 초등학생이였는지 기억도 잘 안나고, 그 때 당시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누군지도 몰랐다..ㅋㅋㅋ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진중권 교수님 덕분이였다.

어느 프로그램이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진중권씨가 붉은 돼지의 삽입곡인

'Le temps des cerises'란 곡을 부르시는걸 봤는데

'파리 꼬뮌'당시에 작곡된 노래고 지금 프랑스 사람에게 민요처럼 잘 불리는 노래라고 해서 

이 노래가 삽인된 붉은 돼지란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도 관심이 갔다.


* '파리 꼬뮌'이란 1871년 파리 시민과 노동자들이 봉기해서 국가권력을 몰아내고 시민과 노동자 스스로 수립한 정부를 의미, 결국엔 프랑스 군대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되어서 파리꼬뮌은 좌절됬지만, 공산주의자들이나 아나키스트들에게 '시민과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가 가능하다'란 희망을 남겨줌.











붉은 돼지(1992)


 대학생활을 하면서 '붉은 돼지'를 시작으로, 예전에 봤던 그의 작품들을 다시돌려보기 시작했는데.

어렸을땐그냥 지나쳤던 장면들과 주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뭉게구름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는 그의 작품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첫번째로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서 특별한점은 '주인공 선정 방식'인것 같다.

'바람의 계속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에선 자상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추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히로인을 내보였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소녀가 주인공이고

'붉은 돼지'에선 히키코모리 처럼 외딴 섬에 혼자사는 돼지 주인공이다.

주체적인 여성,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 사회로부터 격리된 돼지

사회를 떠나 자연에 동화하거나, 아직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았거나, 길들여지길 거부하고 떠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기성사회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회'는 물질문명에 기반한 자본주의 사회이다)

우리의 후손을 위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세상을 바꿀 주체로 기성세대들을 신뢰하지 않는것 같다.

두번째로 눈여겨 봐야할것은

바로 '아나키즘' 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아나키즘'을 쓸지 '공산주의'를 쓸지 고민했는데, 아나키즘에 훨씬 가까운것 같다. 

아나키즘과 공산주의 좀 생소한 개념이긴 한데..

(아나키즘이란 국가속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고 권력자에 의해 억압받고 착취당하기 때문에 국가를 해체하고 대신 마을공동체를 형성하여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가 상부상조하는 세상을 꿈꾼다.

 공산주의도 목적은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고 공동으로 생산하며 공동으로 분배하는 누구도 누구를 지배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는 점에선 아나키즘과 목적이 동일하나, 혁명의 방법에 있어서, 공산주의는 자본주의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임시적인 공산주의 국가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아나키즘과 대립했다.)



 그가 노조활동을 할 당시에 그는 맑시즘(공산주의 사상의 시초)에 심취해 있었고, 아나키즘 못지않게 사회주의(공산주의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에 대한 그의 열망이 그의 작품에 녹아있는건 사실이니..



(간혹 미야자키 하야오를 우익 아니냐고 하는데.... 단언컨데 그는 뼈속까지 좌익이다... 물론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 우익아닌가 싶을정도로 오해를 살만하게..
 무기나 군인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고 미화시키는 면이 존재하는데 그건 그가 무기 매니아 일명 '밀리터리 덕후'이기 때문이지 우익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로 일전에 그는 전쟁은 죽도록 실은데 전투정은 좋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 '바람 불다'에 관련된 인터뷰에서 제로센 찬양 논란에 대해서 전쟁은 반대하는데 전투정을 좋아하는게 모순되지 않냐고 질문이 들어오자 그는 "모순덩이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무튼 각설하고

 '원령공주'나 '붉은돼지'를 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생산을 하는 장면이 나오며,






'미래소년 코난',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에선

서로 도우며 화목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의 모습이 나오고



'천공에 성 라퓨타'에서 등장하는 도적들은 말 그대로 한 가족으로 비행기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물질문명에 기반한 자본주의국가주의를 비판하며, 자연, 생태, 공동체가치의 회복을 주장한다.

나치 독일과 더불어 군국주의 일본도 파멸할 거라는 극중 대사

그리고 도쿄공습

그리고 비행기 무덤이 되어버린 일본




   개인적으로 바람분다의 삽입곡이 나우시카 레퀴엠 다음으로 훌륭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히사이시 조 - 꿈의 왕국



여기서 자연스럽게 세번째 집고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생태주의 이다.

 그의 작품 전반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혹은 자연을 인격화한 판타지적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자연을 정복하거나 지배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자연에 동화된 인간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인간만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나우시카



"그 사람, 푸른 옷을 입고 황금의 들판에 내려서서"

"잃어버린 대지와의 끈을 잇고"

"종내 사람들을 푸른 청정의 땅으로 인도할지니"


라퓨타의 마지막에서는 순수한 소년과 소녀에 주문에 의해, 

거대한 전쟁기계(기계문명)는 붕괴하고 

그 뒤에 나무와 뿌리(자연)만 남는다.








위의 세가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보면서 그의 작품으로 부터 읽은것들이다.

그 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깃들어있는 장면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생각 날때마다 계속 돌려보는 애착이 가는 장면이









붉은돼지에서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에 쫒기는 주인공(포르코)을 도와주기 위해 포르코의 절친 페라린의 부하가 나오는 장면이나








추락하는 비행기에 탄 마을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독가스가 있는 곳임에도 방독면을 벗는 장면이 있다.

(우리나라 공주님도 국민을 저렇게 아껴주면 얼마나 좋을까)








혹자는 그의 작품이 너무 나이브하다고 비판을 하는데


그건 이 세상이 순수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그가 동시대인이라는게 너무 기쁘다


바람불다를 끝으로 은퇴선언을 하시고 올해 지브리 스튜디오도 해체했다고 하는데


다시 구축할거라는 기사도 나오고, 미야자키 하야오도 지브리 박물관을 오가면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거라고 하는 기사도 있고...


개인적으로 더 많들어 줬으면 한다!!!! 팬은 항상 배고프니까!!!


저번에 유투브에서 본 그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 하는게 좋겠다~




전.. 우리의 작업을 그저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상 명심하는건


관객을 즐거워 할때 우리의 일이 빛난다는 거에요


21세기는 정말 어려운 시대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것 모든 것들을 재검토해야합니다.


지금까지 상식이던지, 사고방식이던지요.


기본적인 개념부터 재검토 해봐야 합니다.


문화산업이나 어린이 영화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영화를 만들던 방식에 의문을 품어야 해요.



 그저 형식적인 권선징악 구도로 작품을 만들순 없어요.


 쉽게쉽게 작품을 만들어선 안됩니다.